어머니 되시는 분이 데리고 온 것을 보니 몸이 매우 비대했었고 잠시도 쉴새없이 무엇인가 중얼거리고 있는게 여간 중증이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뚱뚱한 편이군요. "
"네, 여간 대식가가 아니랍니다. 서너 명 정도의 식사를 하니 몸이 뚱뚱해지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어머니의 인상을 보니 젊어서 술장사를 한 것과 같은 그런 인상이었습니다.
"혹시 아주머니는 후처가 아니신가요?"
"네. 맞습니다. "
"그래 전처 되시는 분은 어떻게 되었나요?"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
"아주머니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요?"
부인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도 할 수가 있겠죠. 부인 있는 그이를 제가 좋아해서 가정 풍파가 일어났고, 그 결과 자살을 한 것이니까 저 때문이라도 해도 틀림없는 말이지요. "
"그래서 그 전처가 돌아가신 뒤에 부인이 되신 거로군요. "
"네, 그렇습니다. "
"전처의 영혼이 따님에게 빙의가 된 것입니다. 이를테면 복수를 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그밖에도 잡귀들이 많이 빙의되어 있는 모양이니 진동수를 백일동안 마시게 한 다음 데려오십시오."
하고 그날은 카셋트 태이프만 주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뒤, 백일이 지나는 동안 처녀의 어머니로부터 몇번에 걸쳐서 전화가 걸려 왔었습니다. 증세가 더 심해졌다고 하기도 했고, 반대로 밤낮 없이 잠만 잔다고 보고해 온 일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필자는 그것은 진동수를 복용시킨데 대한 반응이니 계속 진동수를 마시게 하라고 지시하곤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백일이 지난 뒤였다.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왔다. 몇번에 걸쳐서 체질개선 시술을 한 뒤에 '제령'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환자의 경우와 달라서 빙의령들이 잘 이탈하려고 하지 않았다. 몇번에 걸친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겨우 '제령'이 되는 듯했습니다. 환자의 용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보고가 있었기에 필자는 그녀가 아주 완치가 된줄 알았는데, 제령을 한 뒤 한 달이 지나 또 다시 재발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이런 일은 여간해서 드문 일이었기에 필자가 미처 알아내지 못한 무엇인가 깊은 사연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환자를 데려오게 해서 다시 한번 영사를 해 보았다.
분명히 앞서 '제령'한 영혼들은 빙의되어 있지를 않았다. 그런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많은 여인들의 원혼과 물고기의 영들이 수없이 빙의되어 있었습니다.
"따님이 아버지를 싫어하지 않습니까?"
"네, 굉장히 미워하고 있습니다. "
"바깥양반이 낚시 좋아하시는 편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낚시도 좋아하시고요. 또 지금은 낚시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
"바깥어른은 전생에서 동학혁명의 주모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 어른 인솔 아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결과 많은 여인들이 과부가 되었습니다. 그 과부들은 평생을 두고 자기 남편을 죽게 만든 사람을 원망했습니다. 따님도 그런 과부들 가운데 한 여인으로 재생한 것 같습니다. 또 그뿐만이 아닙니다. 물고기의 혼들이 많이 빙의되어 있는게 분명합니다. "
환자의 어머니 이야기로, 딸은 땅 위에 올라 온 붕어들이 괴로워하는 시늉을 노상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가다 자기 아버지를 보고,
"너는 살인자다. 벌을 받아야 합니다. "
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앞서 '제령'한 것은 이승에서의 지난 날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이지만, 이것은 따님의 아버지 전생에서의 업장과 이승에서의 살생에 원인이 있으니 아버지 되시는 분이 한번 오셔서 제령하는 자리에서 이들 빙의령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셔야 해원이 될 것 같습니다. " 라고 필자는 이 야기 했습니다.
전에는 시술실 안까지 들어오던 환자가 이제부터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아예 필자 근처에는 가까이 오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후 환자의 아버지가 찾아 왔다. 그러나 그는 아무래도 영혼의 존재를 믿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해야 딸이 좋아진다니까 마지못해서 온 것 같았다.
딸과 아버지가 한자리에 앉은 뒤, 필자는 영사한 결과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딸이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 사람은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다. "
이것은 딸이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거친 여인의 목소리 였다.
그때서야 마지못해 아버지는 사과를 했으나 딸에게 빙의된 영혼들은 여전히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환자의 아버지는 어려운 사과를 했는데 왜 '제령'이 되지 않느냐고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