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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선에 작전부장으로 참전한 예비역 중령인 서갑길씨가 필자를 찾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10년 전부터 레이노씨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레이노씨 병이란 교감신경의 이상에서 오는 난치병으로서 말초혈관이 점점 막혀 들어가서 손가락,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는 아주 난치에 속하는 질병입니다.

필자는 현재까지 모두 3명의 레이노씨병 환자를 다루어서 모두 완치시킨 바 있는데, 이 병은 영혼의 빙의에 의해 생기는 것이 그 특징이었습니다.

심령치료와 체질개선 연구를 시작한 뒤, 수천명의 환자들을 다루는 가운데 필자도 3명밖에 만나보지 못한 아주 희귀한 난치병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영사를 해보니 월남전선에서 여러 명의 월맹 사람들 망령이 빙의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서갑길씨는 월남전에서 대신 폭사를 하고 부하들의 목숨을 건진 이인호 소령과도 아주 친한 사이였었노라고 했습니다.

양생, 진오랑, 양수이, 고량, 풍하이, 이중하 중사(한국군인 전사자)이렇게 여섯 사람들의 이름이 떠올라 왔다. 진동수를 한달 동안 마시게 하고, 시술을 시작한 지 몇번째 되던 날, 날을 받아서 이들 빙의령들(살아있는 사람에게 빙의되어 있는 영혼]을 이탈시켜서 유계로 돌려 보냈다.

당장 결과가 나타나저 환자의 상태는 매우 좋아졌다.

나날이 심해가던 증상은 정지되었고, 전에는 밤에 통증때문에 장을 거의 이루지 못하던 환자가잠도 잘 자게 되었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뿐이었습니다. 마땅히 완치가 되어야 하는데 그 속도가 매우 더딘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아무래도 여기에는 또 다른 곡절이 반드시 있으리라고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서갑길씨에 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부인하고 사이가 원만하실 편입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집사람이 마음에 들지를 않았습니다. 절대로 결혼할 생각이 없었는데 집안끼리 정혼을 해 버렸다고 형님이 찾아오셔서 정 살다가 못살겠으면 그때 가서 이혼을 해도 좋으니 우선 결혼을 해 달라고 울면서 호소하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한 결혼이었습니다. "

"그래서 그 뒤 어떻게 되었나요?"

"저는 군인이라는 것을 구실 삼아서 가능한 한 아내와 헤어져 살았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아내를 사랑하게 되기는 커녕 자꾸만 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보니 큰아들이 고등학교 학생이 되었지요. 어쨌든 이것도 끊을 수 없는 인연인 모양인데 이제부터는 아내를 미워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을 하자 이 병이 발병하게 된 것입니다. "

"자녀들은 어떻습니까?"

"네, 애들은 드물게 보는 효자, 효녀들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정답게 지내기를 간절히 원하고들 있지요."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부인도 진동수를 마십니까?"

"절대로 안마십니다. 아내도 튼튼한 몸이 아니어서 진동수를 마시라고 아무리 권유해도 영 듣지를 않습니다. "

"서선생은 부인의 도움 없이는 병이 완쾌되기가 힘들겠어요. 당신이 나를 그토록 오랜 세월에 걸쳐 구박을 하더니 그것 셈통이다 하는 마음이 부인에게는 있습니다. 겉으로는 남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속마음은 부인으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

"아닌게 아니라 곧잘 나가다가도 어쩌다 다투는 일이 있으면 내가 자기를 구박해서 이런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

"그것 보세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것이 공연한 말이 아닙니다. 부부 가운데 어느 한편이 상대편을 미워하면 그 집안은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꼭 진동수를 마시게 하십시오."

"워낙 황소 고집인데요. "

"그러면 좋은 수가 있습니다. 부인의 사진을 가져 오십시오. 제 시술실에 놓아 두면 모르면 몰라도 한달 안에 어떤 변화가 올 겁니다 부인이 진동수를 마시게 되든지 아니면 저를 찾아 오게 되든지 할 겁니다. "

서씨는 필자의 권유대로 이튿날 부인의 사진을 가져 왔다.

그 뒤 한달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인데 난데없이 서씨가 부인을 동반하고 나타났다. 부인을 본 순간, 남편이 처음부터 아내를 싫어하게 된 까닭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두 과부 이야기

이조 숙종 때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경상도 경주에 두 과부가 사는 집안이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일찍 외아들을 얻고 과부가 되었고, 며느리 역시 혼인하자마자 자손도 얻기 전에 역질로 남편을 잃었습니다.

두 과부는 일생을 함께 살았는데 시어머니의 성품이 여간 까다롭지가 않았다. 과부가 한가해지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잠시도 쉴 틈 없이 며느리를 부려 먹었습니다.

본시 넉넉지도 못한 살림이라 바느질 품을 팔았는데 그 일이 여간 고되지가 않은 데다가 밤이 되면 늦도록 며느리에게 팔 다리를 주무르라고 했습니다.

며느리가 어쩌다가 졸든지 하면 추상같은 호령을 내리곤 했습니다.

"너 이년! 어디 시어머니 앞에서 조느냐!"

"에그머니나! "

며느리는 속으로 시어머니를 원망하면서 다시 부지런히 두 손을 놀려 야만 했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서 며느리의 나이가 쉰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노망기까지 생긴 시어머니의 극성은 날로 더해 가기만 했습니다. 산다는 것이 지겨웠다.

시어머니가 잠든 뒤, 달 밝은 뒤뜰에 나와 며느리는 정안수를 떠놓고 칠성님께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리곤 했습니다.

(제발 시어머니가 제 생전에 돌아가시게 되어 하루라도 좋으니 시어머니 안 모신 편한 날을 갖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다음 번 세상에는 제발 비오니 남자로 태어나게 하여 주소서!) 머리가 백발이 가까운 며느리의 주름진 두 뺨에는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뒤바뀐 두 사람 사이

"서선생은 전생에서의 간절한 소망대로 남자로 다시 태어났지만, 시어머니가 죽기를 빌었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부인이 되어 다시 함께 일생을 살게 된 것입니다. "

부부는 필자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부인은 아마 그렇게 생각해 오셨을 겁니다 저는 남편을 지성으로 섬겼는데 그토록 미워했으니 못된 병에 걸린 것은 당연하다고요. 하지만 남편이 부인을 싫어한 것은 전생에서 너무나 고통을 주었던 시어머니가 다시 아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먼저 부인이 만든 것입니다.

이제는 진심으로부터 남편을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병에서 완쾌되기를 바라십시오.

남편은 남편대로 제 앞에서 뉘우쳤습니다. 한국 남편들이 아내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하는 법은 여간해서 없습니다. 저에게 고백하고 뉘우쳤으면 부인 앞에서 뉘우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그 순간 부인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줄기줄기 흘러내렸다. 감정이 격한 나머지, 흐느껴 우는 부인은 말없이 지켜보는 남편의 두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이제 되었습니다. 두 분은 오늘로서 영적으로 다시 부부의 인연을 맺은 것입니다.

"

필자는 두 사람의 손을 서로 마주 잡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댁에는 평화와 행복이 깃들게 될 겁니다. "

이날 이후 서갑길씨는 다시 필자의 연구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과가 좋아진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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