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때때로 우정이라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친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나는 끝내 우정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맙니다. 친구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내가 우정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또 친구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내 인생은 좀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친구와 친구와의 사이가 좀더 향기롭고 가까웠을 것이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은 일 때문에 친구와 싸우는 일이 종종 있다. 가끔 우리는 벗과 말다툼을 한다. 그리고 사소한 의견의 차이로 말미암아 서로 원수가 되는 경우도 흔히 볼수 있다. 그런 것이 우정이라면 우리는 우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친구라면 인생은 너무 쓸쓸할 것 같습니다.
하찮은 일로 친구와 다툰 날은 몹시 우울한다.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괜찮았을 것을 대수롭지 않은 자존심과 고집 때문에 절친한 벗끼리 등지게 되는 날은 울고 싶도록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던 친구를 잃는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에게 버림을 받는다는 것은 더욱 괴롭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그만 이해 타산 때문에 깨뜨려지는 우정은 진정한 우정이라고 할 수 없다.
나만을 생각하고 남을 생각지 못하는 마음에 우정의 싹이 있을 수는 없다.
서로 존경하고 이해랄 때에만 우정이 지속될 것이다.
착한 친구, 의로운 친구가 그리워지는 밤이 있다. 이해 타산을 떠나서 사귈 수 있는 의로운 마음의 소유자가 사무치도록 그리운 시간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좋다. 의로운 친구를 가진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 나는 하는 수 없이 잡아 보는 손이 아니고, 왈칵 치미는 뜨거운 사랑으로 마음 속 깊숙히 손 잡아 주는, 마음 착한 친구가 사무치도록 그리워집니다.
사회가 썩었으면 나만이라도 썩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일하는 기관, 내가 속해 있는 단체가 혼란스럽고 역겨워도 나만은 기어코 올바르고 단정하게 살아야 하겠다.
나는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 하나가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떠받들고 있는 기둥인 것이다. 기둥 뿌리가 썩으면 아무리 좋은 기왓장을 덮은 집이라도 허물어지는 법이다.
위대한 지도자를 가졌으되, 그 국민들의 마음이 썩어 빠진 나라와 사회는 다 망했어도, 비록 패륜을 일삼는 폭군 아래서도 정신이 살아 있는 국민들은 망한 일이 없었다.
오늘도 우리 주위에서는 많은 것들이 썩어가지만 기어코 나만은 썩지 말아야 하겠다.
윗물이 흐린데 어떻게 나만 깨끗할 것이며, 세상이 그러한데 나 혼자 별 수 있나 하는 생각은 자멸의 신호인 것이다.
의롭고 바르게 살아가는 데는 위 아래의 구별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는 하나이다. 그러나 나 하나라고 적게 보아서는 안 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기둥이기에 이 기둥을 썩히지 말아야 한다. 나 하나만이라도 썩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기주의적인 발상이 아닙니다. 인간의 중량과 그 가치는 수효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다운 참됨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썩어바진 천명이 살아 있는 의인 한 사람의 무게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당파 싸움과 엽관 뇌물에 눈을 뜨지 못하던 시절, 한 사람 송죽 같은 충무공이 국난을 이겨냈던 역사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만일 이 나라가 썩어 넘어졌다고 단정한다면, 그것은 내가 썩었기 때문이라고 자백해야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어느 단체, 어느 기관이 부패되어 넘어졌다면, 그것은 내가 부패하였기 때문이라고 고백해야 한다.
나 하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썩음에 물들어 버리지 말아야 한다.
나만은 더러워지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