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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습 좀더 하라니까.” 진주 어머니는 문 뒤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제 피아노 그만 할래.” 진주도 지지 않았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이리 나와봐.” 진주 어머니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주 어머니는 진주의 방문을 흔들어 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진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진주 어머니는 “아이구, 내 참, 기가막여서 원. 내가 뭐 나 위해서 피아노 치라는 줄 알아? 다 너 위해서 그런 거지. 요즘 피아노 못 치는 애가 있는 줄 알아? 하기 싫으면 관둬. 맘대로 하라고.” 초등학교 2학년인 진주와 어머니는 항상 이런 식으로 싸웠다. 진주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데 놀 시간이 없습니다. 학교 끝나고 오면 피아노다 수영이다 미술이다 영어다 해서 학원을 네 군데나 다니기 때문입니다. 진주는 학원에 많이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피아노만은 정말이지 지긋지긋해서 배우고 싶지 않았다. 웬일인지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진주의 생각과는 달리 진주가 조금만 쉬려고 하면 피아노 연습을 하라고 성화였다. 진주 어머니는 진주만할 때 피아노를 몹시 배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인 아버지 봉급으로는 레슨비를 낼 수 없어 끝내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다른 것은 몰라도 하나밖에 없는 딸 진주가 피아노만큼은 잘 텨주기를 바랐다. 진주와 어머니의 갈등은 점차 깊어만 갔다. “나쁜 놈들 다 죽여버릴 테야.” 성격이 급하고 괄괄한 승기는 밖에서 친구들하고 조금만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기면 이런식으로 혼자서 씩씩대며 화를 내곤했습니다. “아니, 왜 또 그래?” 승기 어머니는 걱정이 되어서 물었습니다. “그 자식들이 내가 딱지를 많이 따니까 다 그만둔다고 가버리잖아, 에이씨.” 승기는 방문을 쾅 닫고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승기 어머니는 예전에는 승기의 이런 태도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남자아이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승기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엄마, 그건 말도 안돼” “누가 그따위 말을 했어?”하며 엄마에게 직설적으로 화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요즘 우리나라 부모들 중에는 자녀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처럼 거친 행동과 말투를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분 내키는 대로 거칠게 말하는 아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습관이 어른이 된 후까지 없어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환영받는 사람이 되기 어렵습니다. 사회에 막 진출한 젊은이들 중에는 부모의 기 살리기 덕에 상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딱 부러지게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집안에서는 그런 자녀가 똑똑해 보이고 대견할 수 있지만 직장 상사들에게는 몹시 거슬리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이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이며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보다는 여러 사람이 모여 팀워크를 이루어야만 생산성을 높일수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신참사원이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헤서 지나치게 딱 부러지게 말하는 것을 선배들이 좋아할 리 없습니다. 나의 회사동료 중 신입사원 시절에는 입바른 소리를 잘해서 동료들에게는 속시원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윗사람들은 껄끄럽게 여겨 한직으로 돌며 고생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지나 중견사원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옳은 일이라고 해서 일일이 따지고 드는 부하들은 부담스러워. 그런 부하가 저쪽에서 나타나면 저는 이쪽으로 피해서 돌아가게 되더라고. 그 사람 말이 백번 옳은 줄은 알지만 마치 나한테 너는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비난하는 것 같아서 무섭기까지 해.” 그는 자기가 당해보고서야 윗삶의 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어겨서부터 자녀의 기를 살려준다고 생각나는 대로 원색적으로 표현하도록 방치하면 자신의 말이 남에게 왜 환영받지 못하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기 쉽다. 진주 어머니처럼 자녀를 설득하지 못하고 감정의 갈등을 일으켜 자녀가 부모에게 생각나는 대로 함부로 말하도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진주 어머니는 진주가 그토록 싫어하는 피아노를 억지로 배우게 함으로써 모녀 사이를 나쁘게 만든 것은 물론 진주의 말버릇까지 망치고 있는 셈입니다. 진주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그만두기 위해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는 사실을 최대한 과장해서 말하고 점차 더 거칠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진주 어머니 또한 진주의 그러한 태도에 화가 나 원색적인 감정표현을 하게 돼 모녀간의 대화는 더욱 격해지고 이것은 마침내 대화의 단절로 이어질 것입니다. 만약 진주 어머니가 진주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끝내 진주의 피아노 레슨을 그만두게 할 경우 진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상대방에게 원색적으로 화를 내며 함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어머니가 고집을 꺾지 않고 진주에게 계속해서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들면 모녀 사이는 지금의 상태보다 더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돈과 시간, 감정소모도 엄청나게 많아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절대 능률을 올릴 수 없습니다. 진주의 어머니는 진주가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싫어하는데도 꼭 배우도록 하려면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진주가 어머니의 생각을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진주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얼마든지 설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요즘 피아노 안 배우는 아이가 있는 줄 아니?”라고 단정적이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피아노 배우는 애들이 많지 아마?”라고 말하거나 “피아노를 배우면 이러이러한 점이 좋다”라고 바꾸어서 말해야 합니다. 같은 내용도 “나쁘다”보다는 “좋지 않다”“피아노 안 배우는 아이들이 없다”보다는 “많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것이다”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부모가 긍정적인 말로 자녀를 설득하면 자녀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표현법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승기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승기가 “다 죽이고 싶다”거나 “나쁜 놈들”이라고 말할 때 그 이유를 묻고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인 방법으로 말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기가 펄펄 살아 거칠게 말하는 남자는 뒷골목이나 주먹 세계의 리더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생활에서는 결코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세계의 지도자 중 부정적이고 원색적으로 말해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긍정적이고 세련된 표현법을 익혀야만 진정한 리더가 될 자질을 키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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